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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미피케이션 칼럼 및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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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김상균

이런 게이미피케이션, 어떻게 생각하세요?

“초등생들 왕-노비로 가른교사…PT체조 시키고 신분 복귀”라는 자극적 제목의 신문 기사가 올라왔습니다.

 

https://goo.gl/HB7ARw

하루 만에 댓글 7천 개가 붙었습니다.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교사가 잘했는데, 학부모가 오해하고 난리를 친다는 생각이 드시나요?
아니면 교사의 방식에 문제가 많다고 보시나요?
기사의 댓글을 보면 다양한 의견이 있습니다.

교육 게이미피케이션 연구자 입장에서 안타까운 부분을 일부 정리해봤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기사 속 학교, 선생님을 알지는 못하며, 기사 내용만을 살펴보고 간략하게 의견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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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Level System
"왕과 노비 등 5계층으로 구분한 ‘신분제 학급’을 운영“

역사의 한 면을 아이들에게 전달하려는 취지는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게임으로 보면 5단계 레벨제도입니다. 5단계 레벨별로 명칭을 붙인 것이니 별문제가 없을까요?

왕, 귀족 = 권력을 가진 지배층
평민, 노비 = 피지배층

위와 같은 인식을 우리는 역사 교육과 사극 등을 통해 이미 갖고 있습니다. 왕을 우월하게, 노비를 열등하게 보기도 합니다.
게임에서는 아래 레벨에서 미션을 수행하고 경험치를 쌓아서 위의 레벨로 올라갑니다. 위 레벨은 아래 레벨에 비해 더 많은 경험을 쌓았음을 의미합니다. 게임을 플레이하면, 위 레벨들은 아래 레벨을 돕고 이끌어주는 역할(지배 관계가 존재하는 게임도 있지만요)을 합니다.
그러나 왕-노비의 관계는 지배 관계가 중심입니다. 지배 관계가 중심이 되는 레벨 구조는 권장할 방식은 아닙니다. 물론 교실에서 실제 레벨에 따라 다른 친구를 지배할 권력을 주지는 않았으리라 추측하지만, 지배 관계를 상징하는 레벨 표기 자체만으로 사람들, 특히 학부모들은 불편했을 듯합니다. 아주 단기간 진행되는 역할 놀이가 아니라면요.


2. 게임의 미션
“다른 반 학생들과는 교내, 방과 후 등 어떤 경우에도 말을 하거나 어울려서는 안되며~”

포인트에 변화를 주기 위한 미션의 선정에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교사의 의도를 제가 정확히 모르니, 위의 미션이 좋다 나쁘다는 말하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플레이어들이 수행하는 미션은 게임의 전체적 목표와 부합되어야 합니다. 게임에서 제시한 미션을 수행하면서, 플레이어들은 게임디자이너가 설계한 방향을 따라 행동이 강화됩니다. 장기간 행동에 변화를 주다 보면, 플레이어의 습관, 생각에도 변화가 오고요. 
교사가 무엇을 강화해서 어떤 습관, 생각의 변화를 유도하려 했는지 궁금하기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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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게임 속 페널티
“신분이 강등된 학생들에게 PT 체조를 시켜~”
“PT 체조는 경고 1회로 신분 변동 없는 학생들에게 5회 시켰다. 경고 2회 이상 학생은 신분 강등과 함께 귀족 1장, 중인 2장 등 각 신분에 해당하는 분량을 복습토록 했다.”

 

신분이 강등되는 순간 학생들은 자신이 무언가를 잘못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그에 따라 교사가 시키는 행동, 미션을 학생들은 페널티, 벌로 인식합니다. PT체조, 복습을 벌로 제공된 셈입니다.
PT체조는 우리나라의 군사 훈련, 예전 학교의 기합 등 부정적 이미지를 떠오르게 해서, 어른들은 PT체조를 더 안 좋게 보는 편입니다. 사실 PT체조는 Jumping Jack이라는 좋은 운동이지만요. 하여튼 학생들은 PT체조, 복습을 벌로 수행하게 되는데, 이 경우 PT체조, 복습에 관해 부정적인 이미지가 생기게 됩니다.
신분이 강등된 원인 행동과 관련성이 부족해서 더욱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친구들에게 욕을 했을 경우, 해당 친구를 칭찬하는 말을 다섯 가지 적어주기와 같이 원인과 해결(recovery & correction)이 연결되는 구조가 아니어서 그렇습니다.

 

4. Level Down
"신분이 강등되는 경우는 ‘교우간 규칙’을 어겼을 때다.“
“학교 측 확인 결과 이 규칙은 ‘다른 반 아이들과 이야기하지 않기’, ‘떠들지 않기’, ‘이성과 관련된 이야기 금지’, ‘친구들 간 사귄다고 이야기하지 않기’, ‘싸우지 않기’, ‘비속어 사용 금지’ 등입니다.”

 

좋은 행동을 유도하기 위한 negative reinforcement를 적용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이게 ‘지속적으로’ 게임의 레벨과 연동되면서, 계속 마이너스 성장(Level Down)을 하는 구조라는 점입니다. 즉, 왕에서 시작해서 중인, 노비 등으로 내려가는 구조에서 플레이어들의 목표는 자신의 현재 레벨을 지키는 데 초점이 맞춰집니다.
노력, 성취를 통해 레벨이 올라가는 게 아니라, 잘못을 저질러서 레벨이 내려가는 상황을 피하는 구조입니다. 우리가 게임을 즐기는 이유 중 하나는 Level Up의 즐거움입니다. 시작할 때 만렙이고, 만렙 상황을 유지해야하는 게임을 플레이어가 어떻게 즐길지 한 번 생각해보시면 좋겠습니다.

 

5. Player Experience
“이 교사가 신분제 학급을 운영했지만, 학생들에게 큰 상처를 줄 만큼 과도하지는 않았다고 두둔한 것이다.”
“이 기관은 신분제, 교우 간 규칙을 적용한 것은 또래 관계를 단절시키거나, 아동들에게 부정적인 감정과 수치심, 불편함을 느끼게 했을 것이라며 학생들의 심리·정서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학교 & 외부 기관 모두 학생들의 의견을 제대로 청취했는지 좀 의문이 듭니다. 실제 학생들의 수업 현장을 관찰했는지도 의문이고요. 관찰 & 청취를 했을 수 있으나, 기사의 문장으로는 그렇지 않았다는 느낌이 듭니다.
Player Experience를 게임 규칙만 가지고 추측하기는 어렵습니다. 게임, 게이미피케이션 전문가도 그렇습니다. 학교 & 기관에서 이 상황을 정확히 판단하려면, 학생을 관찰하고 인터뷰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P.S.
1. 저는 게이미피케이션 관점으로 기사를 분석했으나, 학부모들은 어떤 면에서 이 상황에 분노했을까요?
2. 교사, 학부모를 위한 게임리터러시 교육을 강화해야한다는 생각을 또 해봅니다.
3. 타 기업, 기관에서 기존에 운영하는 게임을 분석할 때도 이글과 비슷하게, 다양한 관점으로 문제를 찾아보고 개선 방향을 제시하곤 합니다. 게임, 재미를 이용해 참가자들에게 즐거운 동기부여를 주려는 취지는 좋으나, 게임에 관한 깊이 있는 이해, 전문성이 부족한 상태에서 프로그램을 추진하여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적잖아서 참 안타깝습니다.
4. 고민해볼 부분이 많은 케이스여서, 제 게이미피케이션 수업에서 학생들과 더 논의해볼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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